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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썰

지퍼에살찝힌썰ㅋㅋㅋㅋ

Scent_volt 2023. 3. 15. 08:55

때는 고등학교 1학년으로 돌아가 시끌벅적했던
여자반 시절.


그 당시체육복은 현빈 트레이닝복같이 목까지 올라오는
촌스런 디자인에 지퍼가 목부터 가슴께까지밖에 없었음

그러므로 체육복을 갈아입으려면 지퍼를 열고
머리를 넣어야 함

안 그러면 정수리윗부분만 냄비뚜껑처럼 체육복 모가지에 끼임

체육 바로 전 쉬는 시간 이미 체육복을 다 갈아입은 터라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었음

편의상 내 이름을 이런로 칭하겠음 (실제별명임)

낙엽만 굴러가도 웃던 시절이라 까르르 대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아주 간절하고... 애처로운 소리가 들림


" 니... 이런 야.... 이런 야..... 나큰일...났어.... "

??
" 이런야..... 이런야아아....  "
뒤돌아보니 체육복 지퍼를 안 내린 채 머리를 처넣었는지

정수리만 드러낸 친구가 보임

" 뭐여 지퍼내려 "

" 아니이...! 꼈다고 나 지금..! "

" 응???? "

얼굴 쪽 체육복을 아찔하게 붙잡으며 발을 동동 구르는
친구가 장난치는 줄로만 알았음

그냥 웃으면서 신경을 끄려 했는데
점점 울음소리와 신음소리가 격렬해지는 거임

" 으어어어... 아프다고!!!! 아 어떡해!!!! "

반친구들이 몰려든 뭐야 뭐야? 뭔 일이여!? 
소리가 더 격렬해 짐

반에서 가장 착했던 친구가 상황을 못 보고 급하게 양호실로 뛰어감

헐 왜 그래!? 얘큰일 낫나 봐 어떻게 된 거야?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짐

가장 친했던 친구가 나이기에 체육복을 잡고 애를 진정시키려 했음
그러데 체육복을 살짝 건드리자마자 죽어가는 거임....
" 으아아어가갸갸갸각 아 찝혔다고!!! "

무언가 심각한 상황인듯하고 다른 반친구 들도 모여든
점점 친구의 오열이 커지기 시작함

그때 상황을 미처못본 착한 친구의 호출을 받고
양호선생님께서  들것까지 들고 달려오심 

물론 들것 수준의 큰일이 아니었기에 나는 들것셔틀이 되어
같이 양호실로 내려감
원치 않게 체육복으로 얼굴을.. 마스크맨처럼 뒤집은채
신상보호를 철저히 하며 장님처럼 부축받으며 내려감

어느 살이 찝힌 건지 어쩌다 그래 된 건지 (양호선생님 여자분이라 침착하셨음)
자세히 묻자 그제야 울먹거리던 친구가 이야기를 꺼냄

체육복을 머리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끼었다
그래서 지퍼를 내렸다
그런데 아팠다...! 



인체의 신비란 참으로 신기한 것이 
이 아이는 돌출이 아니었음에도

눈꺼풀이 찝힘

가장 여린 살이라서 친구는 펑펑 울음

그 와중에도 얼굴이 안 보임... 
마치 마지막삶의 희망인 것처럼
눈 쪽 체육복을 움켜쥐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친구의
보이지 않는 얼굴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짐

가장 여린 살이니 만큼 친구는 양호선생님이
체육복을 뒤집어 눈을 보려 할 때마다 세상 떠나갈 듯 울음

" 아!! 아..! 선생님... 아파요...! " 

살짝 체육복을 뒤집어 찝힌부분이라도 보려 했으나
친구의 태평양 같은 넓디넓은 이마는 그마저도 거부하고 있었음

" 그럼 체육복을 자를 수밖에 없겠다... 괜찮아? "
" 네 흐어엉... 빨리힣ㅎ 잘르핳ㅎ ㅠㅠ주세여헣ㅎㅎ "

그리하여 체육복 절단식이 시작됨
처음엔 눈주위를 자르려 했으나 가위질에 당겨지는 체육복이
아프다며 소리를 질러대는 친구덕에

가슴팍부터 찬찬히 잘라나감
중간중간

" 으허헝 선생니힘 그러 케헤 세게 하시면 아파여헣.. "

하는 친구의 울음이나

" 으어어어 엉 엄마는... 흐어엉 내가이러느흫 것도 모르고 잇겟지흐헣 "

하는 한탄이나

" 으허허엉 이런 년아 엣지히흫 말라고홓 ㅠㅠ 으엉 '

하는 구박과 함께

친구의 울음소리 박자에 맞춰 체육복은 천천히 잘려나가기 시작함

한 20분 정도 잘라나갔을까 
드디어 대서양 같은 이마님도 눈꺼풀의 면회를 허락하실정도로
윗부분이 많이 잘려나감

그 틈을 타 양호선생님께서 재빨리 바셀린을 바르심
약 1분 후

" 으어어엉 으허허허어어어어 ㅠㅠ 으어어어엉 으앙앙앙...? "

친구의 울음이 갑자기 뚝- 끊김

그리곤 양호실 거울로 내부축을 받으며 걸어가더니
살살 지퍼를 뽑아냄

천 쪼가리 한 뼘 정도 달려있던 가녀린 지퍼는
그제야 내 친구의 눈꺼풀을 놓아줌
지퍼자국 생긴 친구의 눈꺼풀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살짝 흉터로 남아있음.. 

체육복 절단식과 함께 50분을 보내버린 우리는
급하게 달려 온 체육선생님과 양호샘께서 입을 모아

" 교직생활 20년 만에 처음이다 "

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까르르까르르 점심 먹으러 감


여담이지만 이 친구는 그 후로도 스펙터클한 경험을 많이 겪음
치느님을 섭취하다 뼈가 걸려 새벽 2시에 응급실에 달려가
엑스레이 찍고 쇼를 했으나 1시간 후 돌아온 답변은








" 소화되었습니다 "



그저 잔잔한 고등학교 추억담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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